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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파니 :)


안녕. 잘 지냈니.
올해도 이렇게 생일 편지를 쓰고 있다니 나도 대견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주는 파니도 대단하고 그렇네(웃음) 올해 역시 반가워 파니야. 한국에 와줘서, 우리 생일 축하해 줘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어서, 언제나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줘서. 그냥 우리들의 입에서 "파니야"라고 부를 수 있게 해줘서 말이야.


올해 한 Lips On Lips공연 있지.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무대 모습도 좋았고, 온 무대를 돌아다니면서 웃고 노래하고 소리치고 가만가만 이야기를 나누고, 상냥한 웃음을 짓고, 먼길을 달려온 오랜 친구와 무대에서 숨 쉬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그냥 좋았던 것 같아. 아주 어렵게, 한참 동안이나 고민해서 간 그곳에서 만난 너. 네가 숨 쉬는 공기와 네가 서 있는 땅이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그냥 어느 순간 나도 그 땅을 밟고 그 공기를 마시고 있더라.

 

 

LA에서는 매일매일이 너무 푸르렀어.
하늘도 맑았지만 내 마음도 아주아주 맑았다는거. 게티센터 꼭대기에서 "나 왔다아아!!!" 하고 외쳐봤는데, 들어봤니(웃음) 물론 소리 내서 부르면 폴리스한테 끌려갈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만...(흠흠) 한가롭게 걷고 있었던 할리우드 거리의 어느 한 구석에,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별이 있었어. 대스타들 속의 그 작은 별에 내가 눈 레이저로 "마침내 대스타 티파니 영"이라고 새기고 왔으니 찾아보길 바람..(웃음) LA의 명물이라는 킹타코도 먹고, 시티 오브 스타~♬를 가만가만 부르며 나른한 오후를 수놓던 할리우드볼 무대도, 열렬히 첫 솔로 뮤비의 희망과 희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Pink Motel도, 천천히 너를 따라 걸었어.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산과 들을 바라보면서 좋은 공기와 푸르른 산, 끝없이 넓은 경계선을 마냥 바라본 적도 있었어. 우리 파니가 이런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꿈을 키웠구나, 생각하면서. 너의 자유롭고 너그러운 마음도 이해가 가고, 이글이글한 햇빛 속에서도 여러가지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자니 진짜 가만히 있어도 없던 활력도 뿜뿜이겠더라. 유니버셜에서 버터맥주를 시원스레 마시기도 하고, 베니스 비치에서 모래바닥에 앉아보기도 하고. '잘 지냈니, 내가 너를 만나러 왔어'라고 가만히 모래에 적어봤어. 모래는 물에 씻겨 내려갔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에서 바람을 맞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예전에 화보를 찍었던 지점이 어딜까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떤 공간에 같은 추억이 있고 떠올릴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LA에 있는 동안엔 참 여러가지 노래들을 들어봤었어. 일정이 끝나고 밤늦게 돌아가던 택시 안에서 Not Barbie를 흥얼거렸고 혼자 호텔에서 자던 밤엔 HBH를 듣고, 다저스 구장 투어를 하고 나와서는 코리안데이때 불렀던 국가를 플레이해봤어. 뭔가 내 산책에 맞는 BGM이 있다면 어떨까, 해서(웃음). 다저스 구장엔 자랑스러운 한국인 선수들도 있지만 이 흙 위에 섰던 태티써 생각도 나고 좋더라고. 이 곳에 울려퍼지던 너의 목소리를 기억해. 하얀 원피스를 입은 작고 소중한 우리 가수. 

 

나에게 미국 여행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준 '문'과도 같았어. 사실 여러 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은 시기였는데 밤새 가면서 여행 준비를 하고 스케줄을 짜고 티켓을 사던 순간들은 참, 즐거웠더라. 세상에 내 손으로 LA 왕복 항공권을 끊는 날이 다 오다니. 여러 번 일본 공연을 다녀왔던 내가, 단 한 번도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내가 미국 여행은 이렇게 덜덜 떨다니, 말이 됩니까(웃음) 사실 미국은 입국심사가 힘들다고 들어서 나 설마 심사에서 헛소리해서 리턴되면 어쩌지(눈물) 걱정했던 나날들도 있었고(!) 그래서 프랜들리하게(?) 보이려고 노력 아닌 노력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미국님들께서는 다행히(?) 입국시켜주시고 귀국도 시켜주셨습니다(웃음). 몇 번을 자다 깨도 도착하지 않는, 참 멀고 먼 공간이었고 모든 게 달라서 서툴었던 시간들이었지. 그래서 네가 처음 어려워했을 것들에 대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단다.

 

 

산타바바라의 어느 바다에서 무지개를 봤었어. 색이 정확하진 않았지만 멀리서 어설프게 스쳐지나가도 아, 무지개네! 이렇게 되더라. 그냥 그 순간에 난 우리를 떠올렸어. 미국 인구 수억 명 가운데 이렇게 무지개처럼, 한순간에 너를 발견할 수 있었구나, 하고. 우리에게 사라지지 않는 무지개가 되어줘서 고마워. 시애틀의 스벅 1호점에 가서도 스벅귀신 황커피를 떠올리고 맹고블랙티레모네잍...어쩌고를 시켜볼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발음도 힘듦). 아, 스벅에서 이름 불러주잖아. 그냥 언젠가는 'Stephanie'라고 말해봤어. 음료 기다리는 동안 잠시 스테파니 코스프레(웃음) 이름도둑은 아닙니다만(웃음) 티파니도, 티파니영도, 미영이도 다 좋지만, 왠지 나는 늘 스테파니가 좋더라고. 모든 것의 시작, 이니까. 아무런 꾸밈도 맞춤도 없는, LA에서의 너니까.

 

 

'(내맘대로)홍보대사'님께서 여러 차례 언급하셨던 '동네주민맛집' 인앤아웃도 당연히 먹었고요, 어렸을 때 농구 경기도 보러 가고 커서는 공연을 하는 가수가 되어 돌아온 스테이플스 센터도 가고, 그래미 어워드 박물관에서도 '우리 소녀시대도 여기에 이름이 새겨지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했어. 좋을까, 라는 현재진행형의 생각. 소녀시대로든 티파니 영으로서든,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서의 무대에, 꼭 올라서는 날이 오길. 내가 그 날을 지켜봐야 하니, 우리 오래가자(웃음)

 

 

파니야. 사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지. 이렇게 글자 몇 개로는 다 할 수도 없고 내가 한글로 쓰고 있어도 네가 어떻게 다 이해하겠냐만(...) LA에서 다시금 알았어.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일들, 노래와 음악에 관한 일들, 소중한 사람들이 흩어져버리는 시간의 일들, 그리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이 남아있는 일들. 그 시간들이 때로는 상처도 주고 막다른 길 같기도 하고 왜 나한테만? 이런 짜증이 들 때도 있었겠지. 네가 짊어지고 있는 수많은 짐들이 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가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이 걷고 있다는 게 참 위안이 되더라고. 내가 그동안 잘못 끼우고 살았을 수도 있을 시간의 틈을, 너를 보면서 하나씩 다시 끼우게 되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를 보면서 말이야.

 

첫 시상식에서 그 누구보다 더 긴장하던 너의 얼굴이 기억나. 수없이 많은 시상식과 상장과 트로피를 손에 쥐어봤을텐데도 마치 세상에서 트로피 처음 쥐어보는 사람같던 너의 표정을. 어떤 무대 어떤 순간에서였든, 분명한건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너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역시 있었다는 게. 나는 그냥 다 기뻤어. 

 

 

그렇게 세월이 흘렀네. 우리는 마치 학교 친구같은 느낌이야. 언제까지나 졸업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친구. 내일 아침이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하호호 나타나서 웃고 떠들 수 있고 생각나게 하는 그런 사람. 올해는 이렇게 민망하게 주절주절 써봤어. 올해도 생일을 챙겨줄 수 있어서, 그리고 너희를 만난 후 생일을 빠짐없이 챙긴 나도 참 대견하다(웃음) 과거의 나 기특해ㅋㅋ 사랑하는 우리 파니야, 우리에게 와줘서 올해 역시 고마워.

 

얼마 안 남은 한국콘, 어려운 일정 속에서도 열심히 준비하고 열어줘서 너무 기뻤어. 잠시 한국에 스쳐 지나가기만 했어도 좋아 죽었을 텐데, 공연이라니! 그것도 내 사람들과 함께 한다니! 난 여전히 스탠딩 구역에서 +_+) 이렇게 보고 있을 테니 각오해! 어쩐지 시선이 따가우면 그쪽에 내가 있는 거니까ㅋㅋ 우리 파니 공연 잘하자. 아무 탈 없이, 무대에서 보고 눈물짓고 웃어버리자. 그래서 언니는 X구역......(이사람 끌어내!) 뭐랄까. 사실은 몇 년 전부터, 시작한 기도가 있었어. 배우자 기도는 아니고요(웃음) 소녀시대가 무사히 자신들의 꿈을 이루게 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 파니의 노래를 한 사람이라도 더 듣고 감동받게 해주세요, 하고. 너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노래를 하루라도 더 부르길 바라고, 또 그만큼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 너는 안심하고 너의 열정만 보여주면 돼.

 

안녕,

우린 다시

만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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