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FAME 티파니 :: ...티파니와 카르멘의 중간지점

2012. 2. 1. 00:18팀.티파니::(사진)/카르묭(FAME)

음악감독 양주인님의 트윗터에 의하자면 연습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수록곡을 완벽하게 외웠다던 황카르멘.
열 한번의 공연. 그리고 그 사이사이 쉬거나 연습을 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소녀시대로의 스케줄을 한 천개쯤(;) 하면서
틈틈히 준비했던 시간들. 부족한 것도 많고 실수도 있었지만 노래만큼은 자신있었기에......
일단 '무대 공포증이 없다'는 장점 하나만으로 돌진했던 지난 한달간의 '카르멘'으로서의 이야기. 





#.

목선을 타고 내려오는 그 완벽한 S라인 어우 항복이야!
하지만, 이번 여자는 뭐랄까. 매번 볼때마다 달라.


제가 페임을 비싼 돈 주고 여러번 본 이유는 바로 조 베가스가 오프닝에서 카르멘에 대해서 묘사해주는 그 장면!
그리고 조의 상황극 때 카르멘의 섹시 웨이브! 그리고.....플라멩고에서의 그 망사.........(...........)아아아...
여자인데 티파.........아닙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카르멘이 최고조가 되는 명장면 BEST3이 몰려있는 바로 그 '조'의 대사란 말이죠(웃음) 
조는 참, 카르멘이 아무리 뭐라그래도 끊임없이, 카르멘을 찬양하고, 들러붙고, 치근덕댑니다. 
생각해보면, 아무 말도 없이 카르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슐로모보다도,
맹목적이고 카르멘을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드는 조의 표현이 훨씬 더 와닿는 것 같기도 해요.
아. 정신을 탁, 놓게 만드는 그 웨이브 어쩔거야.....ㅠㅠㅠ
키스신이고 뭐고 일단 망사 스타킹에서 멘붕이 촤악! 하고 옵니다...하하하하하핳
제 멘탈은 8:01 PM in LA로 카르멘보다 먼저 가 있네요...


 

지킬&하이드 / 루시- Someone like you

나를 원한다면 받아준다면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겠지
난 가슴 벅찬 그런 사랑을 해 꿈꾸던 사랑 내게 오면

(분홍색이 파니가 부른 부분)


이거 사실은 진짜 완전히 정말 딱 한 마디만 더라도...'온전히' 듣고싶었어요ㅠ
<FAME>이나 <in LA>처럼 아예 작정하고 부르는 메인 넘버야 어짜피 풀버전이니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미래의 루~씌~를 꿈꾸며 자신감에 넘쳐 부르던 이 장면.....
솔직히 막공만큼은 한소절이라도 한마디라도 더 불러주길 바랬었는데...ㅠㅠ 매정한 마이어스 선생님ㅠㅠ






"제가 준비된 루시~잖아요?^-^"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지킬&하이드의 루시는 거리의 술집여자이고, 지킬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굉장히 거칠고 때로는 나약하고 지고지순하고도 삶의 가장 밑바닥을 살아가는 여자인지라... 이제 막 고딩이 된 카르멘이 그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기란 힘들었겠죠. 그리고 카르멘이 노래를 할 때도 루시의 깊고 진한 고독이 서린 목소리가 아니라 정말 그냥 그 나이대의 애들이 폼잡고 부르는 것 같은 낭랑하고 맑은 목소리가 났구요.

마이어스 선생님은, 좀더 감정을 충만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좀더 깊게 삶을 바라본 후 그 경험을 살려 연기를 해도 늦지않는다는 뉘앙스로 말씀을 하신 것이었을텐데. "빨리 유명해져야겠다" 란 생각뿐인 카르멘에게는 미처 그 훗날의 모습까지 보이지 않았을거에요. 하필이면 카르멘이, 사춘기의 질풍노도의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만약 이때쯤 마이어스 선생님이 카르멘에게 좀더 따뜻하고 애정어린 관심과, 잘할 수 있다는 충고를 주었더라면...카르멘의 <FAME>무대를 보고 벨 선생님 때처럼 "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겠다" 라고 희망의 언질만 주셨더라도..ㅠㅠ 카르멘의 미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란 아쉬움도 남아요. 카르멘의 놀라운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지만, 그 표현방법이 서툴렀던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던 제자. 사춘기의 방황은 갈피를 잡지 못한채 흘러갑니다.





"내가? 나 그런 칭찬 듣는 거 처음인데"
"슐로모, 날 위해서 잘됐다고 해주면 안돼?"





나중에 슐로모와의 씬에서도 "나 그런 칭찬 받는거 처음인데" 라고 부끄러워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카르멘은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는, 잘했다 잘했다 칭찬해주길 바라고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를, 언제나 고대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붉은 자켓을 입고 다혈질이며 표현방식도 크고 거세게 보였던 카르멘이지만, 사실은 칭찬에 약하고 누군가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에 기뻐하는 여린 소녀였는데. 아무도, 그녀의 진심에 다가가지 못한채로 카르멘은 사람들과 멀어져갑니다.
"나랑 안맞는 사람들은 안보면 돼" 라고 치부해버린, 어린 정신의 소녀. 안맞는 사람들과도 조금씩 맞춰가면서, 안맞는 부분을 이해로 풀어가면서 조금씩 좋은 쪽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살아가는게 앞으로의 인생인데, 소녀는 억지로 그것을 뛰어넘으려 했습니다. 바로 눈 앞의 길에 급급한 나머지, 그 길이 막다른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돌고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한발한발 다가서고 만 것이었죠.


"엘리엇 그린은 인재를 스카우트하러 뉴욕에 왔다가 날 찍은거야. 그사람은 날 믿어!"
"아니야 내 생각 해주는 사람 맞아! 지금 LA에 온갖 준비를 다 해놨다고!"



그런 상황에서 어느날 불어온 캘리포니아의 따뜻하고 신선한 바람. 아무도 자신의 꿈을 '아직 아니다' 라고 하지만, 유일하게 재능을 지금 바로 펼쳐주겠다는 희망어린 말을 해주는 사람. 카르멘에게 그는 '신의 손'과 같은 존재였을거에요. 성격 급한 카르멘을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행하는 줄도 모르고, 카르멘은 꿀 바른 곳으로 달려드는 벌처럼, 앞뒤 모르고 '전투모드'를 행사합니다.

사실 티파니가 한국에 왔을 때,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했었죠. "LA의 지역 행사에서 캐스팅이 되어 아빠에게 한국에 가겠다고 했다가 아빠와 싸우고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은 한국에 왔고,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자신이 온거라서 가족들에게 힘든 점을 말할 수가 없었다" 라고. 전 이 장면을 수없이 보면서, 항상 티파니의 16살 때를 떠올렸어요. 지금 카르멘이 화를 내고 있는 딱 그 때와, 아빠와 한국에 간다 못간다를 두고 싸우던 그때. 그때도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며 한국에서 나를 위해 다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가야겠다며, 가서 가수가 될거라며, 싸웠겠죠. 그 때 아빠와 화해를 했거나, 한국행을 거절했거나 했다면, 지금의 소녀시대 티파니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몰라서, 항상 움찔, 합니다만. 그때의 스테파니의 결정은 로또 1등이 되는 지름길이 되었지만, 똑같은 시기의 카르멘은...결국은...버려진 500원짜리 복권이 되어버렸습니다.....당첨되지 않은, 1등상의 꿈만 꾸던 복권.. 



"미안, 밴드로 빨리 성공 못하겠어"



첫번째 단추를 끼우고 그다음에 세번째 단추를 끼우면, 두번째 단추는 허공에 뜨잖아요. 옷 모양도 이상해지고.
두번째를 끼우기 위해선 모든걸 되돌려야하는데, 억지로 단추를 잡아뽑다보면, 단추는 옷에서 튕겨나가고.
결국 그 옷은 쓸모없게 되어버리고.
우리는 항상, '첫번째 단추'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옷태가 나느냐, 스타일이 사느냐를 따질 수 있지만
항상 단추를 잘못 끼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고. 매번 옷 전체를 신경써야하고.
카르멘의 고등학교 시절 또한, '독창적으로 단추 끼우기'의 시절이었을텐데. 다들 "단추 잘못 끼웠어" 라고 말만 하고, 옷매무새를 고쳐주지 않았어요. 누군가 알려주었다면, 도와주었다면. 카르멘의 옷은 과연. 



어느순간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몰랐어 춤을 춰야만했고 팁을 받아야만 했지.
그들을 위해서 옷을 벗어야만했어 언제나.. 같은 날을 다시 반복했지.
영원히 끝이 없어보여 나의 꿈들이 버려져가고 말았어 이렇게 쉽게...

- in LA 中



카르멘의 마지막 절규.
첫 공연때는 오리지널을 그저 노래로 따라부르듯 그대로 옮겨다 부르는 것같은 그런 약간 어색한 느낌이었는데, 점점 막공으로 갈수록 애절하고, 울부짖고, 고통스러워하고, 뉘우치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변해가서 그 변화가 참 좋았어요. 게다가 파니가 여태까지 그렇게 짧게 친 단발을 한적은 없었어서 그 모습 자체가 되게 새로웠어요. 라고 말하면 위안이 되려나(..)
처음 in LA 부를 땐 별 감흥 없었는데(첫공땐 진짜 공연을 본다기보단 음정이 틀리진 않을까, 고음이 올라가지 못하는건 아니겠지...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 바라보다가....순수하게 공연을 지켜보지못했으니까요ㅋㅋ), 차츰 갈수록 '옷을 벗어야만했지'하는 장면에선 외투를 꼭 부여잡기도 하고, '거울을 보지마'...하는 장면에선 철창을 잡고 울부짖는 모습이 그땐 정말, 슬프고 괴로운 감정 같았고.   

기왕이면 여주인공인데 좀 밝고 경쾌한 장면으로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최악의 상황으로 끝맺음을 해서 안타까웠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 속에 박혔던 것 같아요. 소녀시대로서 슬픈 노래를 많이 부르지 않았어서 아직 그 감정은 잘 모를텐데, 뮤지컬을 통해서 이렇게라도 애절한 감정을 배울 수 있게 되어서 어쩌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 이별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배워서 하는' 단계일 순 있겠지만 철창에 매달려 자신의 나쁜 삶을 뉘우치는 모습은 진짜 절실해보여서, 많이 좋아졌다...싶더라구요. 

근데, 사실 이 장면이 앞의 '루시'처럼 되게 밑바닥 인생이고 처절하고, 마약중독에 쩔은, 되게 싸보이는 콜걸 느낌이어야하는데, 검은 단발을 하고 치렁치렁한 스커트로 나온 황카르멘은, 어쩐지 그 자체가 뭔가 '아이돌 가수'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는 왜 거기서... <나나>의 오사키 나나를 떠올렸을까요?.(...)


이런 느낌이었는데, 밤무대 가수나 클럽 콜걸이 설정이었더라도,
생각보단 화려하고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여서 뒷골목 인생이란게 와닿지 않았단(웃음)

물론 파니한테 술에 쩔은 얼굴이나 담배를 물은 설정, 약에 취해 죽어가는 모습 따위를 보고싶진 않았지만, 카르멘이 LA에 가서 어떻게 자신의 꿈이 짓밟히고 꺾여져갔는지 그 과정이 시원찮게 나오지 않아서, 라스트씬이 좀 어정쩡한게 가장 큰 단점이었어요 이 공연의. 다른 배역과 스토리는 괜찮은데 카르멘만, 그토록 허망하게 아무것도 나오지않고 덜렁 끝났는지.........
극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아리송해요ㅠ 중간의 납치 설정은, 뭔가 돈 못내서 치여살았다, 라는 걸 막연히 표현한 것 같은데, 뭔가 대사라도 있었으면 적당히 알아들었을텐데 아무것도 없이 갑자기 나오니까 카르멘이 납치가 된건지 돈을 못내 끌려가는건지, 전혀 알길이 없었다는...............그런 슬픈 이야기.........






하지만 소원의 눈엔 엘레~이 에서 이딴 모습으로 있어도 뭐든 이뻐보였을 것 만 같은....(....) 카....르묭...=_=;






페임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지만, 카르멘의 마지막은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드라마로 끝납니다.
자살을 택한 탈선 여학생. 꿈을 꾸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그 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아이. 

지금의 여가수 티파니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지만, 또 닮은만큼 다릅니다.
티파니는 어려운 시간을 이겨냈고, 꿈의 방향을 스스로의 힘으로 찾았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무대에서, 밤무대와 콜걸의 무대가 아닌 TV 브라운관에서 노래를 하고, 새로운 꿈을 찾아갑니다.

공연 중 언젠가,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의 네 소년이 마침 공연장을 찾아, 파니선생님의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그들은, 무대 위에 서있는 파니 멘토를 보면서, 자신들이 새롭게 가지기 시작한 꿈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을까요?

그런 아이가 선택한 공연. 아이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무대.
티파니의 첫 뮤지컬 <FAME>이었습니다.






#.
이젠 진짜로, 끝났어요.
서툴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한 달의 시간들.
어쩌면 '시작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을 지금 이 자리.
"첫 공연"이 주는 설레임.
혹시나.. '두번째' 라는게 있을까 오히려 설레이게 되는 기대감.


공연이 끝난 후 퇴근길.
팬들의 축하 노래를 들으며, 너무나도 신나하던 황배우 :)
우리들만의 시간, 우리끼리의 기쁨, 소원과 소녀만의 공간.
그 안에 있었어서,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아서
좋았습니다.

내 입에서 나가는 '축하합니다'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쾌했던 순간들.
카르멘에서 티파니로, 다시 돌아온 순간.






나 안울려고 했는데ㅠㅠ(너님들이 날 감동시켰썽 큐_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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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막공커튼콜은 내일 올릴 예정입니다ㅠ카드리더기를 다른데에 두고와서ㅋㅋ망함ㅋㅋ)